아름다운 글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우리다운 2010. 8. 11. 23:56
 



잎 넒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 내마음에 時한편중에서-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0) 2010.08.14
일생동안 만나는 세가지 사랑  (0) 2010.08.12
비오는 날  (0) 2010.08.10
하루의 시작  (0) 2010.08.09
중년의 많은 색깔들  (0) 201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