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혁명

신분이 낮으면 높은 사람을 부릴 수 없다.

우리다운 2007. 4. 11. 23:21
제나라 환공은 포숙의 말을 듣고 그의 친구 관중에게 나라 일을 맡겼다.
“신분이 낮으면 신분이 높은 사람을 부릴 수가 없습니다.”
관중이 그렇게 말하므로 관중에게 제일 우두머리 자리를 주었다.
그런데 관중을 높은 자리에 올렸으나 그래도 아직 나라가 잘 다스려지지를 않았다.
관중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관중이 대답하기를,
“가난하면 돈 있는 사람을 쓸 수가 없습니다.” 라고 했다.

환공은 관중에게 한 해 세금 만큼이나 되는 많은 재물을 주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것 같지 않았다.
환공이 이상해서 또 물었다. 관중의 대답이,
“임금과 친분이 닿지 않아서, 임금과 친분이 닿는 사람들을 어거할 수가 없습니다.”
라고 했다.

그래서 환공은 관중을 중부(仲父)로 했더니,
나라가 잘 다스려져 갔으며, 환공이 오패 중에서도 패자가 될 수 있도록 잘 보좌했다.

공자는 여기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관중과 같이 슬기로운 사람도 귀(貴)와 부(富)와 친(親)이 없이는
나라를 다스릴 수가 없었다.
임금을 도와 나라가 일어나게 하는 일이 참으로 쉽지 않다.”

어느 때 환공이 관중에게 이런 일을 물은 적이 있었다.
“내 크게 잔치를 마련하고 제후들을 부를까 하는데 해롭지는 않을까?”
“잘 하시는 일은 아닙니다마는, 해가 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해로운가?”
“슬기로운 사람을 몰라 보고, 알아도 쓰지 않고, 쓰면서도 자리를 주지 않고,
자리를 주고도 믿지 않고, 믿으면서도 소인들이 참견하게 하면 그것이 해가 됩니다.”
환공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지체가 없이는 지체 높은 사람을 부릴 수 없다는 말과 관련되는 것으로,
‘도(道)도 권(權)이 아니고서는 서지 않고,
세(勢)가 없이는 행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설원>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옛날 어진 임금들은 백성에게 인의(仁義)를 가르쳐 풍속을 바로 잡았다.
공자도 또한 인의를 가르치며 천하를 두루 돌아다녔으나,
천하 사람들이 그를 좇으려 하지 않았음은 무슨 까닭일까?
옛날 어진 임금들은 슬기로운 사람들에게 높은 벼슬자리를 주어 그들을 대우하였고,
정예한 무기로써 악한 자를 물리쳤다.
상은 두텁고 형벌은 무서웠던 것이다.
이러한 상과 벌이 컸었기 때문에 천하를 다스리고 풍속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공자는 그 제자 안연(顔淵)이 아무리 슬기로웠다 해도
상을 줄래야 상 줄 것이 없고,
유비(孺悲) 같은 자가 무례하기 짝이 없었지만 벌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므로 천하 사람들이 공자를 좇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道)도 권(權)이 아니면 서지 않는다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옳은 일이라 해서 세상에 다 통하지는 않는 것이다.
                                  
                                                      - <설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