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남은 걸음을 옮기게 합니다.

우리다운 2010. 5. 17. 00:02
남은 걸음을 옮기게 합니다 



나는 졌습니다
마음에서는 너무도 이기고 싶어
다짐을 하고 또 해보지만 내 치마에 묻어
있는 얼록은 어느새 원색이 지워져 버렸습니다

잠시 한잠을 잤는데
벌써 중년의 고개를 넘어가고 있고
뒤를 돌아다 보면 시커먼 그림자만 보입니다

처음 부터 안 되는
그 싸움을 어떻게 하든 한번만이라도 이기고 싶어서
손에 힘을 주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오늘도 나는
처참하게 부서져 있는 내 잔형들을 보면서
허물어져버린 마음의 성벽을
작은 손으로 쌓아 보려고 헛 손질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부터
지는 싸움을 가지고 내 존재를 망각하고 대들었지만
온 몸에 상처만 나서 고개를 돌립니다

하늘을 바라봅니다
싸움에서 진 망연 자실한 표정으로
내 처지를 한탄하면서 그대와 눈동자를 맞추려 합니다 

나는 이겼습니다
다시 일어 설 수 없을 정도로 내 육체는
허물어져 있지만 내 영혼에 있는 그대 사랑이
다시 일어서서 남은 걸음을 옮기게 합니다 
 

-주은님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