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비오는 날

우리다운 2010. 8. 10. 00:28




"후드득,후드득"
처마 끝을 때리는 빗소리가 꽤 요란하다 싶더니
금방 장대비로 변합니다.

동동이는 마루에 걸터앉아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작은 연못을 만들고
계속해서 작은 물결을 만들어 내고 마당에 떨어지
는 빗줄기와 합쳐져 작은 내를 수없이 만들어 냅니다.

"비야 비야 오지 마라.비야 비야 오지 마라.밭에 가신 울
엄마 오는 길에 비야 비야 오지 마라"

온 세상을 다 삼켜 버릴 듯 거칠 것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
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빗줄기는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동동이의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 갈 무렵,들에 나가셨던
부모님이 비를 흠뻑 맞은 채 돌아오십니다.

대충 몸을 씻은 어머니는 "배고프지?조금만 기다려라.
엄마가 금방 수제비 끓여줄게"하시며 봉당에 걸린 가마솥에
불을 지핍니다.

아버지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담대 불을 붙이시고 비 때문에
논둑,밭둑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스런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제비를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빗소리
를 자장가 삼으며 얼핏 잠이 들었던 동동이는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비가 언제 왔냐 싶게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고 부모님은 논,밭을
둘러보시러 나갑니다.

친구녀석들은 벌써 나와 비 때문에 생긴 물웅덩이에 들어가 놀이에
정신이 없습니다.

길가의 풀잎들은 빗방울을 흠뻑 머금은 채 누워 있고 맑게 갠 하늘
에 풀벌레와 새들도 즐거운 노래를 부릅니다.

동동이와 친구들은 함께 어울려 다니며 빗물이 잔뜩 고야 있는
시골길을 마음껏 첨벙거리고 다닙니다.

그러다가 길 한가운데를 움푹 파서 진흙과 물을 섞어 조그만 늪을
만들어 놓고 그 위에 마른 흙을 살짝 덮어놓습니다.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못간 옆집 강수 아저씨가 선을 보러 가는지
말끔히 차려입고 바삐 길을 걸어가다가 동동이가 만들어 놓은 늪에
빠져 옷을 다 버리곤 "이놈들"하며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고 아이들은
그 기세에 눌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아나 버립니다.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해
봅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나타나는 무지개는 얼마나 예뻤는지요.
무지개는 우리들의 희망이자 설레임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설레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시골로 떠나는 소풍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