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글

작은 기도..

우리다운 2006. 3. 27. 14:12
작은 기도

*사형수시절에 김인제씨가 쓴 시

제가 밟는 땅과 숨쉬는 공기에서

당신의 지혜를 느끼게 하시며

마음을 아래에 두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평등심을 갖게 하소서.

다른 이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하시며

세상 만물 중 작은 하나임을 가슴깊이 느끼게 하소서.

삶 속에 고통의 바다를 만날 때

당신의 고행을 생각하게 하시며

피하기 보다는 순응케 하시어

스스로 졌던 짐을 스스로 내려놓게 하소서.

걸음걸이 하나에 수많은 생명이 있음을 알게 하시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내 몸같이 아끼게 하시어

함부로 가벼이 여기지 않게 하소서

한마음 거둘 때가 오면 맑은 정신으로 그 때를 맞게 하시어

한순간 낙엽이 떨어지듯 세상에 인연이 다한 날

선한 눈매 선한 웃음으로 그 곳으로 갈 수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