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흡연,폐암 유발 증거 부족… 7년끈 담배소송 원고패소
법원이 무려 7년을 끌어 온 역사적인 담배 소송 1심에서 담배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측 소송대리인 배금자 변호사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조경란)는 25일 1999년 폐암 환자와 가족 등 36명이 “흡연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아 폐암에 걸렸다”며 KT&G(한국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4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장기흡연과 폐암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장기 흡연과 폐암및 후두암 발병 사이의 장기적 역학관계는 인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담배에 제조·설계·표시상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피고들의 폐암이나 후두암이 장기 흡연 때문이라는 것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폐암 등의 발병이 니코틴 의존성으로 인한 부득이한 발병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기타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피고측에게 책임이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크게 3가지였다.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우면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는가, KT&G 측이 경고문구 삽입 등을 통해 유해성을 제대로 알렸는가 등이다.
담배소송은 그 동안 KT&G 부설연구소로부터 연구 문건을 제출받는 데 3년, 서울대 의대 감정단의 감정서를 받는 데 1년이 각각 걸렸고 법원 인사로 인해 재판부가 2년마다 바뀌는 바람에 계속 지연돼 왔다.
원고들은 외항선원이나 해안마을 거주자 등 환경오염이 비교적 적은 조건에서 국산 담배만 피웠던 사람들로 구성됐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 가운데 폐암 환자 4명이 숨졌고 2005년 4월에는 재판부가 “KT&G가 공익재단을 설립해 담배 판매 수익의 일부를 출연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실패했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 18일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판결문 가본(假本)도 다 썼고 결론도 이미 정한 상태이나, 문장을 좀 더 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며 1주일 연기했다.
법원이 만일 원고 측의 손을 들어 주는 판결을 할 경우 유사 소송이 잇따르며 담배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됐지만,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일단 KT&G 등 담배업계는 한숨을 놓게 됐다. 그러나 원고측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담배와 폐암 유발 인과관계 등 담배의 유해성을 둘러싼 공방은 항소심에서 재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