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다운 2007. 11. 10. 15:54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평범한 이들의 식탁 위에 놓이는
  작은 목마름 적셔주는
  그런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온전하게 그대 온 몸을 돌고 돌아
  땀이 되고 눈물이 되고 사랑이 되어
  봄날 복스런 흙가슴 열고 오는 들녘의 꽃들처럼
  순한 향기로 건너와
  조용조용 말 건네는 그대 숨소리면 좋겠네
  
  때로는 빗물이 되어
  그대 뜰로 가랑가랑 내리면서
  꽃 몇 송이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
  
  사랑이라는 것이
  아 아,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타서 재가 되는 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
  
  내 가슴 불이 붙어 잠시 황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물 한 모금 나눠 마실 줄 아는
  순하고 욕심 없는 작은 기쁨이면 좋겠네
 
  물 한 모금 먼저 떠서 건넬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그치지 않고
  결코 거역하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샘물이 되어서
  그 눈빛 하나로 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
  
  아아,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들녘 여기저기 피어나는 평범한 꽃들의 목을 적시는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김시천님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