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AIDS 확산'비상' 관리실태와 문제
감염자 복지수준 ‘바닥’… 양성화 걸림돌
사회적 따돌림 우려 실명등록 기피
“잘 관리하면 이제는 난치병 아니다”
정부차원의 정책적 배려 절실한 때
에이즈는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최근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발표한 ‘2004 세계 에이즈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에이즈 환자는 3,780만명이며 작년 한해 신규 감염자만 해도 480만명에 달한다. 또 에이즈로 하루 평균 8,000여명이 넘게 사망하고 있다. 아직까지 예방백신이 없고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데다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에이즈 감염자는 더욱더 늘어날 전망이다.
▶늘어가는 감염인구
UNAIDS는 아시아 지역을 에이즈 위험지역으로 꼽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공식 집계에 의하면 중국 내 에이즈 감염자는 84만명이다. 하지만 UNAIDS는 2010년까지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1,000만명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뿐 아니라 인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우리와 인접해 있고 교류가 잦은 아시아 국가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UNAIDS는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이 전세계 에이즈 유행여부에 키를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경제 ·사회적 후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접 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국내 에이즈 문제는 심각한 편은 아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 감염자는 2,277명이다.
구세군 레드리본센터 김병선 사무국장은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경제적 여건을 갖춘 후 에이즈 문제가 생긴 것은 천만다행”이라며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에이즈 환자가 많은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비용문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안전지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바로 에이즈 환자라고 하지는 않는다. HIV감염자도 적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일반인과 다를 것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감염자라고 생각하지 못하다가 사고나 헌혈 등 우연한 기회에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기간에도 다른 사람에게 HIV 바이러스를 전파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감염자 수는 공식 집계보다 많다고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UNAIDS는 국내 에이즈 환자를 최대 1만 6,000명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올 상반기 외국인 신규 에이즈 감염자는 82명이었다. 이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합법화 조치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6만여명이 건강검진을 받아 확인된 것이다.
아직까지 에이즈는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 다시 말해 예방책만이 에이즈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국내 에이즈 감염경로가 주로 성 접촉인 점을 고려할 때 에이즈예방책은 성행위를 절제하기를 바라거나 콘돔사용을 권장하는 두 가지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김훈수 홍보부장은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콘돔사용과 에이즈 감염자가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에이즈퇴치연맹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콘돔사용률은 10%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고운영 연구원도 “최근 감염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에이즈에 대한 낮은 인지도 와 저조한 콘돔사용률 때문”이라며 “방송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에이즈 예방홍보와 콘돔사용 촉진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교류가 잦아지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에이즈 환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도 큰 위험요소다.
▶국내 환자관리 실태
콘돔사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에이즈 감염사실을 아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에이즈 환자란 사실을 알게되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역학 조사를 통해 주변인들의 감염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에이즈 검진과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익명검사는 필수적 요소다. 하지만 보건소에 따라선 실명검사를 원하거나 완전한 익명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한다.
국내 에이즈 관리는 여러 기관에서 분담하고 있지만 핵심은 질병관리본부 에이즈 결핵관리과와 보건소를 통해 이뤄진다. 전국 240여개 보건소와 병원, 혈액원, 검역소 등에서 에이즈 검사를 실시하고 양성 판정이 나오면 이를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하게 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양성판정이 나오면 해당 감염자가 있는 보건소에 명단을 보내 보건소 직원이 에이즈 감염자를 관리하게끔 돼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하는 에이즈 환자 수는 실명등록된 사람에 한하기 때문에 6월 기준으로 2,277명 모두 정부가 관리를 하는 셈이다.
정부의 에이즈 관리는 크게 에이즈 예방을 위한 홍보와 무료검사 그리고 실명등록제를 들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 결핵관리과 이주영 연구사는 “실명등록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에이즈 감염자에 대해 진료비 지원,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신원파악을 해 감시를 하거나 통제하려는 목적이 절대 아니며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문제는 에이즈 환자 관리가 말 그대로 관리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각 보건소에 에이즈 환자를 관리하는 직원은 1명이다. 물론 에이즈 외에 다른 업무도 맡고 있다. 이조차 1년 단위로 바뀌어 환자관리에 연속성이 없다. 업무 전 사전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Y구 보건소에 근무하는 K씨가 맡고 있는 에이즈 환자는 지역 특성상 50명이 넘는다. 혼자서 에이즈 감염자를 3개월에 한번씩 면접, 면담을 하고 6개월마다 면역력 검사를 해야한다. K씨는 보건소의 에이즈 관리에 대해 “특성상 에이즈 환자 담당업무를 꺼리는 직원이 많은 것이 현실이고 아직 복지 차원의 에이즈 접근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한다.
김훈수 홍보부장은 “이웃 일본처럼 상담사, 간호사, 의사 등이 팀제를 갖춰 전문성을 갖고 에이즈 환자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받는 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등록실명제도는 에이즈 감염자로 하여금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란 사실을 알아도 등록하려 하지 않는 환자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권리부 김상덕 감사는 “정부가 에이즈 환자를 위한 제반여건과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 없이 실명등록제를 실시하는 것은 에이즈 환자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실명등록제가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에이즈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진료비는 각 시도지부와 보건복지부가 절반씩 분담해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치료받은 영수증을 가져와야만 지급을 해주는 후불제로 운영되고 있다.
▶에이즈 관리의 방향
많은 전문가들은 에이즈 감염자수를 줄이기 위해선 통제가 아니라 관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병선 사무국장은 “최근 에이즈 증가 추세를 감소시킨 호주의 경우를 보면 국가차원에서 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치료, 호스피스병원 등을 통해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에이즈 감염자가 소수일 경우 통제 정책이 용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에이즈의 특성과 감염자의 심리 상태를 생각해보면 에이즈를 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장 큰 관리 방향은 에이즈 문제를 공론화하고 음지에 숨어 지내는 에이즈 감염자를 양성화시키는 것이다.
김병선 국장은 “에이즈가 간염보다도 전염성이 약하고 에이즈 감염자라고 해서 일반인과 다를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에이즈 감염자를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게 문제”라고 말한다.
고운영 연구원은 “에이즈는 더 이상 난치병이 아니다”며 “당뇨처럼 관리만 잘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에이즈 환자에 대한 정부의 배려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2,000명 남짓한 에이즈 환자를 위한 복지여부에 따라 4,000만 국민의 건강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출처 보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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