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혁명

[스크랩] 정상인과 정신병자 : 누가 위험한 사람들인가?

우리다운 2007. 2. 6. 01:49
[특별기고] 정상인과 정신병자 : 누가 위험한 사람들인가?


몇 달 전 두 젊은이가 여자들을 납치해 차에 태우고 다니면서 돈과 카드와 몸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목숨마저 빼앗아 트렁크에 싣고, 트렁크가 가득 차자 뒷좌석에 죽인 시체들을 그대로 싣고 다니다가 덜미가 잡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그들의 살인 이유는 단지 돈 때문이었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충격적인 화면과 범인의 얼굴을 보면서 사람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저게 인간이냐”, “제 정신으로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겠느냐”, “미쳤군, 완전히 미쳤어.”

그 범인들이 정신병자일까? 필자는 사건 후 범인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다. 그러니 정신병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 무엇인가? 그들은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지극히 정상인들이다. 그들은 법대로 처벌받아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범죄를 일으키는 인간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곧 정신병과 결부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생각이 사실이라면, 전국의 모든 교도소는 정신병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이에 동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적 문제는 도덕적, 윤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 의학적 문제는 아니다.

이에 비해 정신병은 분명 의학적인 문제이다. 정신병, 특히 정신분열병은 뇌의 병이다. 환청이나 망상 같은 정신이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뇌의 병인 것이다. 뇌라는 신체에 병이 생긴 것이므로, 치료도 약물요법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병을 가진 어떤 사람이 얼마 전 사고를 쳤다. 환청에 끌려서인지 마구 칼을 휘둘러 수많은 어린이들을 다치게 하였던 것이다.
TV에 비친 모습은 역시 충격적이었다. 아수라장이 된 병원 응급실. 오열하는 부모들. 경찰서에서 횡설수설하는 범인, 아니 환자. 뉴스를 보고 들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정신병 환자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들인가 다시 한번 경계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보도하는 기자는 그 사건의 책임이 정신병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보건당국의 책임이라고, 필자가 보기에는 다소 황당한 논평을 내놓았다. 정신병은 보건당국이 관리하는 전염병 같이 환자를 격리해야 할 질환이 아닌 것을!

물론 이 같은 사고를 낼 수 있는 정신병 환자들은 위험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신병 환자들보다 더 위험한 소위 정상인들이 이 사회에 득실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범죄율 통계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일반인과 정신장애자의 범죄율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소위 정상인들의 범죄율이 정신병자의 범죄율보다 17배나 높았다. 이를 다시 풀어 말하면, 극소수의 위험한 정신병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이 이럴진대,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만으로 전체가 그런 것처럼 일반화시키는 것을 보면,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심한가를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정상인들의 범죄율이 17배나 높아

이러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벌어진 황당한 사건이 최근 또 있었다. 이 사건은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황당한 사건이다.

경찰청에서는 정신병 치료력에 대한 자료를 보험공단으로부터 넘겨받아, 금년 5월부터 임의로 선정한 대상자들에게 운전면허를 위한 수시적성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과에 와서 운전에 지장이 없다는 진단서를 써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 아울러 불평도 하고 있다.

“내가 여기서 치료받은 사실을 경찰에서 어떻게 아느냐?”,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입원시켜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 있느냐?”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치료 좀 받는다고 이런 대접을 받으니,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신경정신과 학회 차원의 거센 항의로 문제의 심각성이 인식되었는지, 국가 인권위원회 차원의 조치가 있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필자는 지난주에도 똑같은 진단서를 써주어야 했다.

이 사건은 이미 여러 차례 신문지상에 보도되기는 했지만, 그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 이유도 결국은 정신장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일 것이다. 인권 상의 문제도 문제이지만, 이런 일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기피해서 생기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앞에서 정신장애자들의 범죄율에 대한 통계치를 제시하였는데, 정신장애자들이 운전을 해서 사고를 내는 비율은 어떻게 될까? 필자는 이에 대해 알지 못한다

경찰청에는 이에 대한 자료가 있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사고를 낼 위험성이 아주 높으니 면허증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편견만 갖고 있을 것이다. 정신장애자가 운전을 해서 사고를 낼 수도 있다. 아주 오래전 한 정신장애자가 여의도 광장(지금은 공원이지만 예전에는 광장이었다)을 질주하여 많은 사람이 다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영향으로 정신질환자는 운전해서는 안 될 사람이란 편견이 커졌을 수 있다. 마치 최근의 칼부림 사건처럼. 그러나 범죄율이 그랬듯, 정신질환자들이 교통사고를 내는 비율도 일반인들의 사고율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국가기관에 의한 조직적 폭거

필자 생각엔 교통사고를 낼 위험성이 정말 높은 사람은 정신병자가 아니라, 소위 정상인들이다. 오늘 이 순간에도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사고들에 책임이 있는 운전자들 모두가 정상인들이다. 대부분 운전습관이 고약한 정상인들인 것이다. 그들이 신호위반, 안전거리 확보 위반과 과속을 하여 사고를 내고, 음주 후 운전을 하여 대형사고를 내고 있다. 이런 위험한 사람들에 대한 리스트를 경찰청에서는 분명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위험한 사람들은 소위 대통령의 사면복권이라 하여 있는 기록까지 말소해 가면서 거리로 나가게 도와주고 있다. 그 명분이 국민통합이었다고 하는데, 국가를 관리하시는 분들께서 그렇게 통이 크시다면, 정신질환자들에 대해서도 통 크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아니 현실 그대로, 편견 없이만 봐 주시면 좋겠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앞에서 필자는 정신병은 뇌라는 신체의 병이라고 했다. 신체의 병은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누가 무슨 병에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누구나 정신병에 걸릴 수 있다. 예외란 없다. 대한민국 국민 중 단 한 사람도 정신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누구든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면, 그 편견으로 인한 불이익이 언젠가 자신에게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출처 : 정상인과 정신병자 : 누가 위험한 사람들인가?
글쓴이 : 당나귀5475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