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안에서 자라나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예외없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6년을 거쳐 '도덕'과 '윤리'를 배웠다. 지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도덕과 윤리 과목은 다른 과목과 비교해 시험에서 별다른 공부와 노력이 없이도 점수를 딸 수 있는 과목이었다. 한편,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볼 때 수업 중 교과서의 내용에 강한 거부감이 든 적도 꽤 많았으며, 시험에서 답으로 명시하고 있는 보기도 내 생각에 이건 아닌데 하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도덕 교과서의 목차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도덕은 가정, 이웃, 학교 생활에서의 예절교육에, 2학년 도덕은 현대 사회와 시민 윤리의 필요성, 건전한 소비 생활, 민족과 국가, 애국•애족, 통일에, 3학년 도덕은 삶의 목표와 가치, 진로•진학, 가정, 친척, 이웃 생활과 도덕문제, 이성교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를 올라가도 달라지진 않는다. 현대 사회와 도덕 문제, 청소년 문제, 공동체, 민족 분단, 통일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어 중학교 때 나왔던 내용의 반복학습에 한정된다.
세월은 많이 흘렀고 시대는 변화했으나 여전히 교과내용은 그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도덕과 윤리 교육을 통해 국가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예절교육과 국가주의, 애국주의로 요약된다. 예절이라는 것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갖춰야 할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피교육자의 머리와 가슴에 국가와 공동체의 중요성을 심어줌으로써 '충실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상봉 교수의 <도덕교육의 파시즘>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며 도덕교육이 확실하게 바뀌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철학'으로 대체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도덕교과가 배우는 학생들에게 지루하고 뻔하디 뻔한 내용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그것이 현재의 우리네 삶과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며, 고루하고 전통적인 도덕관을 학습시키기 때문이다.
김상봉 교수는 "도덕교과는 사실이 아니라 당위를 가르쳐야 하는 교과인 까닭에 문제가 되는 사실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거의 아무 가르침을 주지 못하면서 무슨 말을 하든 습관적으로 반드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게 된다."고 말하며, 지금까지의 도덕교육은 국가의 노예를 길러내는 것에 머물렀음을 지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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