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혁명

2004년 9월 신동아에 게재된 에이즈의 관한 글 내용의 일부.

우리다운 2007. 1. 20. 13:27
2004년 9월 신동아에 게재된 글입니다.

일단 제가 주목하고 싶은 글은 바로 아래 있습니다.

************************************************

한 가지 특기할 점은 국내 환자의 남녀 성비율을 보면 남성이 6.5:1로 압도적 다수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는 외국 사례에 비추어볼 때 의문스러운 수치다. 남성이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는 미국, 유럽에서 보듯이 동성연애 감염 비율이 이성 성접촉보다 훨씬 높은 경우다. 실제 미국은 동성애 감염 비율이 46%로, 이성 접촉 감염(11%)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HIV 감염 원인 1위는 이성간의 정상적 섹스로 그 비율이 66%나 된다. 이성간 성 접촉이 HIV 감염의 주원인인 아프리카나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조사한 감염 남녀 성비는 1:1이다. 궁금한 대목이다. 이실장은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국내의 HIV 감염 경로에서 동성연애 비율이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동성애 감염 과소평가

국내에서 ‘한국형 HIV 바이러스’가 급속하게 퍼지는 현상은 이 조사 결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B형과 nonB형(B형을 제외한 다른 모든 유형)의 비율은 16:13으로 이 기간중 B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55.2%에 그쳤다. 그러나 1993년부터 2000년까는 B형이 무려 84.8%나 된다. 남성의 경우 국내 감염자는 B형이 100%였다.

반면 해외에서 옮은 이는 모두 nonB형이었다. 이 당시는 ‘한국형 바이러스’를 따로 구분짓지 않고 전체 B형 범주에 넣어 조사했다. 오늘날 B형의 80% 이상이 ‘한국형 바이러스’인 점을 감안하면 1994∼95년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B형,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형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퍼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1990년대 이후부터 ‘한국형 바이러스’라는 출중한 국가대표 선수가 단독 드리볼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보건당국이나 학계에서 ‘1호 환자’연구를 서두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실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

(중략)

동성애자 진술 거부가 문제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국내 HIV의 두 가지 감염 경로 가운데 윤락여성을 매개로 한 계보는 비교적 추적이 쉽지만 동성애자 경우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당사자들의 침묵으로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1호 환자’를 쫓는 작업에서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당사자들의 부정확한 기억이나 진술 거부 등이다.


예를 들어 국내 감염자 가운데 수혈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A와 B(1991년 당시 고교생과 초등학생)에게 공급된 혈액은 동성애자인 김모에게서 채혈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김씨는 끝내 자신의 감염 경로를 밝히지 않아 계보도는 현재 2대에서 멈추고 있다. 1991년 성직자 신분으로 에이즈 환자로 판명된 김모씨 역시 “해외여행이나 윤락여성과의 성접촉 등이 전혀 없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감염자의 진술 거부로 계보도가 중간에서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천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계보 조직표 특성상 중간 단계에서 끊겨 버리면 위 아래를 이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대한 가능성을 유추해서 실체에 다가가도록 하겠다”는 것이 연구팀의 의지다. 보건당국이 기대하는 것처럼 천교수 역시 “1호 환자 찾기는 앞으로 국내 에이즈 확산을 막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방역 효과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