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초대석>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8.28 11:16 | 최종수정 2008.08.28 18:36
"베이징 올림픽은 동북아 패러다임 바꾼 세계적 이벤트"
"중국의 反韓감정, 라이벌의식과 민족주의에서 비롯"
"中.日과 맞서려면 물량보다 보편성, 고유 특성 가져야"
"문화경쟁력은 말 아닌 행동으로"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편집위원 = "냉정히 분석을 해야돼요. 우리에게 잘못이 뭐가 있고 중국의 잘못이 뭐가 있었는지. 예를 들면 역풍이라는게 있죠. 공을 그냥 가지고는 튀지 않습니다. 세게 때리면 세게 반작용으로 올라와요. 그렇다면 중국인의 혐한증이 있기 전에 뭔가 한국이 세게 때린게 있지요. 그게 한류였지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올림픽 기간 중국인들이 드러낸 반한감정의 배경에 대해 역사.문화적 논리로 설명하면서 한류문화도 하나의 빌미가 됐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중.일 3국이 민족주의 경쟁을 하면 깨지는 것은 한국이라면서 3국이 '가위 바위 보' 원리에 따라 서로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해나가는 코피티션(copetition)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갖는 의미와 상징,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이어령 전 장관으로 부터 들어봤다. 88 서울 올림픽 개회식 당시 '굴렁쇠소년' 아이디어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 전 장관은 최근 첫 시집을 내는 등 70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베이징 올림픽을 지켜본 감회가 남다르셨을텐데요.
▲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인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세계적인 이벤트였습니다. 동북아에서 제일 먼저 올림픽을 한 것이 도쿄이고 거의 20년 뒤 서울에서, 또 20년뒤에 베이징에서 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도 이렇게 시나리오를 쓸수 없을 것입니다. 남미라든가 소위 남반구에서는 올림픽을 할만한 나라가 없습니다. 호주 정도가 있을뿐이지요. 19세기만 해도 동은 동, 서는 서라고 말했는데 아시아에서 세나라가 올림픽을 치른 이제는 동양과 서양의 문명ㆍ문화적인 밸런스가 거의 평준화되고 거의 비슷한 눈높이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유럽기준으로 볼때 일본은 해양, 한국은 반도, 중국은 대륙입니다. 해양세력이 반도에서 대륙으로 그러니까 시(sea)파워에서 랜드파워로, 랜드파워에서 시파워로 오는 문명선(線)을 너무 극명하게 볼수있지요. 도쿄, 서울, 베이징을 합쳐서 '베세토'라고 하는데 이 베세토라고 하는 문맥에서 읽지않고는 베이징 올림픽이 갖는 의미가 안보입니다. 한마디로 중국이 또다시 아시아의 맹주로 돌아왔습니다. 중국이 제일 먼저는 이념대국이었고 이어 군사대국이 됐지요. 그 다음은 경제대국이 됐고요. 개방하지 않았으면 올림픽이 됐겠습니까.
개방에 더 채찍을 가해서 이제는 이념, 군사, 경제, 다음에 문화의 힘 이것을 중국이 가질려고 하는것이지요. 우리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지금까지 우리가 알았던 중국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자유분방함이지요. '새 둥지'라고 불린 메인스타디움 하나만 보더라도 사회주의 건축물이 아니란 말이지요.
-- 서울 올림픽때와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 (굴렁쇠 소년 얘기를 하면서) 역대 개폐회식에는 어린아이가 나온적이 없었어요. 건장한 남자 위주로 됐던건데 처음으로 어린아이를 내세워서 생명이라고 하는것, 정적속에서 아이가 하얀옷을 입고 굴렁쇠를 굴리면서 지나가는 텅 빈 공간, 아이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 햇빛이 꽉 찬 메인스타디움 자체와 배경, 즉 그림 그리는 백지를 그림으로 보여준 거예요. 돈이나 무슨 재주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정적과 공백을 이용한 동양의 정신, 그 자체를 보여준 것이지요. 이런 것들이 문화이고 예술이지 불꽃을 몇방 쐈느냐 불꽃으로 무엇을 그렸느냐 하는것 등은 기술이지요.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 립싱크한 것은 괜찮은데 올림픽 행사를 전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영화찰영 세트장으로 만든 것은 비난받을 일이라 하겠습니다.
강대한 일본과 이번에 본 것과 같은 화려하고 거창한 그런 중국사이에서도 우리가 살아남을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20년전 우리는 (개회식을) 대낮에 했습니다. 거짓말 할수 없고 짝퉁을 못만들지요. 햇빛아래 어디다 숨기고 매달고 하겠습니까. 그런 대낮에 영상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입김과 꿈틀대는 다이내미즘을 보여준 것이지요. 물량주의 경쟁에서는 우리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장예모 감독의 영화적인 화려한 스팩터클을 이기겠습니까. 굴렁쇠처럼 뒤통수를 치는 그런 아이디어나 창조력을 가지면 중국의 13억을 한 사람이 꺾을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에게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일본, 중국과 경쟁할 때는 도쿄나 베이징 올림픽이 못보여준 것을 서울올림픽이 보여준 것이 무엇이었느냐, 이것을 평가하고 검증하고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 한국이 안하면 남이 못하는 것, 이 온리원이 있을때 우리는 작던 크던 존재이유가 있고 세계에서 살아남아서 당당하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있을 것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무조건 우리는 안되겠다는 패배주의에 빠져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우리가 잘난체 하는 우월의식을 가져도 안됩니다.
메인스타디움을 외국인에게 발주했다고 해서 중국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큰 잘못이예요. 그런 건축가를 쓸수 있는 중국, 유니크한 설계를 받아준 중국이 놀라운거다 이거지요. 중국의 주 경기장이 우리를 압도했듯이 서울 올림픽 주제가인 '핸인핸'(hand in hand)은 중국을 압도해버렸지요. 외국인에게 작곡을 발주했지만 가사중에 '벽을 넘어서', '아리랑', '서울'이라는 세마디를 넣어 한국화시킨 것을 전세계에 800만장이나 판매했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입니다.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욕할것 욕하고 칭찬할 것 칭찬하고, 또 우리것을 비교해서 남의 나은 점, 못한 점을 객관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민족우월의식을 가지고 뒤집어 씌워도 안되고 중국을 덮어놓고 숭배하거나 폄하해서도 안됩니다. 이것이 베이징 올림픽을 보는 관전평입니다.
-- 중국인들이 한국팀이 아니라 일본팀을 응원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 혐한증이 있기전에 뭔가 한국이 중국에 대해 세게 때린것이 있지요. 그것이 한류였지요. 한쪽으로는 대장금을 통해서 한국 것을 즐기면서도 한쪽으로는 한류붐에 대한 역작용도 커지는 것입니다. 한류붐을 제일 싫어한 것이 중국배우들입니다. 한류배우들이 중국에 오면 사람들이 열열한 반응을 보여주니까 굉장히 기분이 상한거예요. 중국배우 몇사람이 반발을 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을 헐뜯은것중 하나가 대장금에 나오는 침놓는 것입니다. 한의는 중국이 원조인데 자기들 것이라며 팔고 있다는 식으로 해서 좋게 보던 사람들도 쾌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겁니다.
5월5일 단옷날 같이 기수가 합치는 달은 중양절이라고 해서 시경에도 나오는 중국의 아주 오랜 전통입니다. 그런데 유네스코에다가 단오절을 등록하니까 한국이 역사까지 다 도둑질해갔다고 받아들입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지요. 단오를 등록한게 아니라 단옷날에 하는 우리의 민속을 등록한 것인데 말입니다. 중국은 대국이지만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한(漢).당(唐) 영광 이후로는 쇠퇴해가지고 변방으로부터 지배당했습니다. 베이징의 이름이 세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지배를 당한 베이징시대는 우리의 일제와도 같은 것이라 할수있지요.
옛날에는 자기네들 식민지라고 생각했는데 경제. 문화적으로 한국이 앞서면서 라이벌의식이 생겨 서로 민족주의가 맞붙은 것입니다. 그런데 한.중.일 3국이 민족주의 경쟁을 하면 깨지는 것은 한국이예요. 이럴수록 우리는 보편성, 객관성 이런걸 해야 그들이 힘으로 또는 물량으로 우리를 지배못하는 거예요. 중국은 코끼리에 비유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조련사 역할을 해야지 그냥 코끼리한테 펀치를 먹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가위 바위 보'는 센게 없잖아요. 그 식으로 해야합니다. 한.중.일은 각자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 특성을 존중하고 서로 역할분담해야 합니다. 옛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경쟁하면서 협력하느냐는 코피티션을 해야 합니다.
-- 혐한증을 초래한데는 인터넷의 영향도 있지 않겠습니까.
▲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상에서 편협한 싸움을 하는게 문제입니다. 중국 지진때도 '인과응보'라느니 '못된짓 해서 당하는거다' 이런식으로 해놓으니까 싸움이 붙은것이지요. 인터넷에 떠도는 일본의 혐한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도 피가 끓지요. 세상에, 남경에 가서 중국사람들을 몇십만명 죽인 일본을 응원하고 한국을 야유하는게 이치에 닿습니까. 우리가 언제 중국사람을 한사람이라도 해친적이 있습니까. 중국이 해치면 해쳤지, 6.25때.
인터넷 매체의 블로그는 편집국장이나 부장도 없이 자기가 쓰면 바로 그대로 나가는데 따질 사람도 없습니다. 댓글다는 사람도 승인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이런 인터넷 문화가 초래하는 문제가 국내라면 애교로 보고 그냥 웃고 넘길수 있지만 외교전이 됐을때는 손해를 보고 서로 상처를 입게 됩니다. 해커전쟁이 더 문제입니다. 미국도 13억 인구의 중국과는 해킹 전쟁을 하지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넷에서도 우리는 소수가 가지는 장점을 살려야지 물량전으로 가면 안됩니다. 다음 런런올림픽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을때 중국사람들이 우리쪽에게 박수를 보낼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현명합니다.
-- 한류 열기가 시들한데 어떻게 봐야합니까.
▲ 기 소르망이 얘기한 것 처럼 지금 우리는 경제력에서 10위권인데 국가 브랜드는 30위 40위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중국이 올림픽에 인공강우까지 동원하고 수조원을 쏟아부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한(恨)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 비쳐진 중국의 이미지는 더럽고 가난한 것이었습니다. 문화혁명때 바이올린이 부르주아 악기라고 해서 그 비싼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것을 군중들 보는 앞에서 밟아서 부수고 태우고 기르는 개도 몽땅 죽여버렸지요. 올림픽을 통해 그런 이미지를 세탁하고 국가브랜드를 올리려고 했던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한류를 놓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우리 국민들이 좀 더 문화의식이 있었다면 한류를 밀어줄수 있는 저력이 됐을 것입니다. 한류스타 자신들이 좀더 세밀한 전략을 갖고 프로듀서나 문화를 매개로 하는 기획사들이 힘을 내줘야 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사회니까 국가가 못하고 개개인이 해야 하는데 중국에서 한 몇조원의 올림픽과 맞서는 효과를 우리 대중문화하는 사람이 해야 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난타' 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절대로 부정의 땅에서는 꽃이 피지않습니다. 추운 땅에서는 꽃이 안피지요. 그러니까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젊은이들이 지금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 문화가 국력인 시대입니다. 문화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사회적인 관용성이 중요하고요. 말로만 애국하고 문화 문화 떠들지말고 책방에 가서 책 한권 사주세요. '해리 포터'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아십니까. 삼성그룹 전체의 순이익보다 해리 포터를 쓴 조앤 롤링의 수입이 더 많아요. 손가락 하나 가지고 한겁니다. 돈만 벌었나요.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 익사이팅한 감동을 줬습니다. 우리도 그런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영어권이 아니면 아닐수록 번역하고 그런 작가를 키워야지요. 앞으로는 영어로 써도 될 것입니다. 나만 하더라도 일본어로 직접 써가지고 베스트셀러가 됐잖아요. 앞으로는 그런 시대입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요. 글로벌이라는게 그런겁니다. 오페라가 시시하다고 하지말고 시시할수록 더 가야지요. 그래야 좋은 오페라가 생깁니다. 그 추임새가 내 딸이, 내 손자가 기가 막힌 오페라를 구경할수 있는 문화민족이 되게끔 합니다.
제 자신 얘기지만 문화부장관 할 때 싸움을 해가면서 어렵게 예술종합학교를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각 대학에 예술학과가 있는데 왜 또 만드느냐는 등 반발이 많았지만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전세계를 석권하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이 뉴욕 댄싱세계경선에서 1,2,3등으로 휩쓸었습니다. 한국인의 재능은 장사하는거나 정치 과학기술 보다 훨씬 문화예술쪽에 체질적으로 DNA가 있습니다. 나라마다 특성이 있는데 한국인의 뛰어난 문화예술의 힘은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문화예술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데 말로만 하지말고 자꾸 참여해야 합니다. (사진.서명곤 기자)
jami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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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反韓감정, 라이벌의식과 민족주의에서 비롯"
"中.日과 맞서려면 물량보다 보편성, 고유 특성 가져야"
"문화경쟁력은 말 아닌 행동으로"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편집위원 = "냉정히 분석을 해야돼요. 우리에게 잘못이 뭐가 있고 중국의 잘못이 뭐가 있었는지. 예를 들면 역풍이라는게 있죠. 공을 그냥 가지고는 튀지 않습니다. 세게 때리면 세게 반작용으로 올라와요. 그렇다면 중국인의 혐한증이 있기 전에 뭔가 한국이 세게 때린게 있지요. 그게 한류였지요".
베이징 올림픽이 갖는 의미와 상징,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이어령 전 장관으로 부터 들어봤다. 88 서울 올림픽 개회식 당시 '굴렁쇠소년' 아이디어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이 전 장관은 최근 첫 시집을 내는 등 70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베이징 올림픽을 지켜본 감회가 남다르셨을텐데요.
▲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인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세계적인 이벤트였습니다. 동북아에서 제일 먼저 올림픽을 한 것이 도쿄이고 거의 20년 뒤 서울에서, 또 20년뒤에 베이징에서 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도 이렇게 시나리오를 쓸수 없을 것입니다. 남미라든가 소위 남반구에서는 올림픽을 할만한 나라가 없습니다. 호주 정도가 있을뿐이지요. 19세기만 해도 동은 동, 서는 서라고 말했는데 아시아에서 세나라가 올림픽을 치른 이제는 동양과 서양의 문명ㆍ문화적인 밸런스가 거의 평준화되고 거의 비슷한 눈높이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유럽기준으로 볼때 일본은 해양, 한국은 반도, 중국은 대륙입니다. 해양세력이 반도에서 대륙으로 그러니까 시(sea)파워에서 랜드파워로, 랜드파워에서 시파워로 오는 문명선(線)을 너무 극명하게 볼수있지요. 도쿄, 서울, 베이징을 합쳐서 '베세토'라고 하는데 이 베세토라고 하는 문맥에서 읽지않고는 베이징 올림픽이 갖는 의미가 안보입니다. 한마디로 중국이 또다시 아시아의 맹주로 돌아왔습니다. 중국이 제일 먼저는 이념대국이었고 이어 군사대국이 됐지요. 그 다음은 경제대국이 됐고요. 개방하지 않았으면 올림픽이 됐겠습니까.
개방에 더 채찍을 가해서 이제는 이념, 군사, 경제, 다음에 문화의 힘 이것을 중국이 가질려고 하는것이지요. 우리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지금까지 우리가 알았던 중국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볼수 없는 자유분방함이지요. '새 둥지'라고 불린 메인스타디움 하나만 보더라도 사회주의 건축물이 아니란 말이지요.
-- 서울 올림픽때와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 (굴렁쇠 소년 얘기를 하면서) 역대 개폐회식에는 어린아이가 나온적이 없었어요. 건장한 남자 위주로 됐던건데 처음으로 어린아이를 내세워서 생명이라고 하는것, 정적속에서 아이가 하얀옷을 입고 굴렁쇠를 굴리면서 지나가는 텅 빈 공간, 아이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 햇빛이 꽉 찬 메인스타디움 자체와 배경, 즉 그림 그리는 백지를 그림으로 보여준 거예요. 돈이나 무슨 재주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정적과 공백을 이용한 동양의 정신, 그 자체를 보여준 것이지요. 이런 것들이 문화이고 예술이지 불꽃을 몇방 쐈느냐 불꽃으로 무엇을 그렸느냐 하는것 등은 기술이지요.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 립싱크한 것은 괜찮은데 올림픽 행사를 전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영화찰영 세트장으로 만든 것은 비난받을 일이라 하겠습니다.
강대한 일본과 이번에 본 것과 같은 화려하고 거창한 그런 중국사이에서도 우리가 살아남을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20년전 우리는 (개회식을) 대낮에 했습니다. 거짓말 할수 없고 짝퉁을 못만들지요. 햇빛아래 어디다 숨기고 매달고 하겠습니까. 그런 대낮에 영상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입김과 꿈틀대는 다이내미즘을 보여준 것이지요. 물량주의 경쟁에서는 우리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장예모 감독의 영화적인 화려한 스팩터클을 이기겠습니까. 굴렁쇠처럼 뒤통수를 치는 그런 아이디어나 창조력을 가지면 중국의 13억을 한 사람이 꺾을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에게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일본, 중국과 경쟁할 때는 도쿄나 베이징 올림픽이 못보여준 것을 서울올림픽이 보여준 것이 무엇이었느냐, 이것을 평가하고 검증하고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only one), 한국이 안하면 남이 못하는 것, 이 온리원이 있을때 우리는 작던 크던 존재이유가 있고 세계에서 살아남아서 당당하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있을 것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무조건 우리는 안되겠다는 패배주의에 빠져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우리가 잘난체 하는 우월의식을 가져도 안됩니다.
메인스타디움을 외국인에게 발주했다고 해서 중국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큰 잘못이예요. 그런 건축가를 쓸수 있는 중국, 유니크한 설계를 받아준 중국이 놀라운거다 이거지요. 중국의 주 경기장이 우리를 압도했듯이 서울 올림픽 주제가인 '핸인핸'(hand in hand)은 중국을 압도해버렸지요. 외국인에게 작곡을 발주했지만 가사중에 '벽을 넘어서', '아리랑', '서울'이라는 세마디를 넣어 한국화시킨 것을 전세계에 800만장이나 판매했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입니다.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욕할것 욕하고 칭찬할 것 칭찬하고, 또 우리것을 비교해서 남의 나은 점, 못한 점을 객관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민족우월의식을 가지고 뒤집어 씌워도 안되고 중국을 덮어놓고 숭배하거나 폄하해서도 안됩니다. 이것이 베이징 올림픽을 보는 관전평입니다.
-- 중국인들이 한국팀이 아니라 일본팀을 응원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 혐한증이 있기전에 뭔가 한국이 중국에 대해 세게 때린것이 있지요. 그것이 한류였지요. 한쪽으로는 대장금을 통해서 한국 것을 즐기면서도 한쪽으로는 한류붐에 대한 역작용도 커지는 것입니다. 한류붐을 제일 싫어한 것이 중국배우들입니다. 한류배우들이 중국에 오면 사람들이 열열한 반응을 보여주니까 굉장히 기분이 상한거예요. 중국배우 몇사람이 반발을 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을 헐뜯은것중 하나가 대장금에 나오는 침놓는 것입니다. 한의는 중국이 원조인데 자기들 것이라며 팔고 있다는 식으로 해서 좋게 보던 사람들도 쾌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겁니다.
5월5일 단옷날 같이 기수가 합치는 달은 중양절이라고 해서 시경에도 나오는 중국의 아주 오랜 전통입니다. 그런데 유네스코에다가 단오절을 등록하니까 한국이 역사까지 다 도둑질해갔다고 받아들입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지요. 단오를 등록한게 아니라 단옷날에 하는 우리의 민속을 등록한 것인데 말입니다. 중국은 대국이지만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한(漢).당(唐) 영광 이후로는 쇠퇴해가지고 변방으로부터 지배당했습니다. 베이징의 이름이 세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지배를 당한 베이징시대는 우리의 일제와도 같은 것이라 할수있지요.
옛날에는 자기네들 식민지라고 생각했는데 경제. 문화적으로 한국이 앞서면서 라이벌의식이 생겨 서로 민족주의가 맞붙은 것입니다. 그런데 한.중.일 3국이 민족주의 경쟁을 하면 깨지는 것은 한국이예요. 이럴수록 우리는 보편성, 객관성 이런걸 해야 그들이 힘으로 또는 물량으로 우리를 지배못하는 거예요. 중국은 코끼리에 비유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조련사 역할을 해야지 그냥 코끼리한테 펀치를 먹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가위 바위 보'는 센게 없잖아요. 그 식으로 해야합니다. 한.중.일은 각자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 특성을 존중하고 서로 역할분담해야 합니다. 옛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경쟁하면서 협력하느냐는 코피티션을 해야 합니다.
-- 혐한증을 초래한데는 인터넷의 영향도 있지 않겠습니까.
▲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상에서 편협한 싸움을 하는게 문제입니다. 중국 지진때도 '인과응보'라느니 '못된짓 해서 당하는거다' 이런식으로 해놓으니까 싸움이 붙은것이지요. 인터넷에 떠도는 일본의 혐한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도 피가 끓지요. 세상에, 남경에 가서 중국사람들을 몇십만명 죽인 일본을 응원하고 한국을 야유하는게 이치에 닿습니까. 우리가 언제 중국사람을 한사람이라도 해친적이 있습니까. 중국이 해치면 해쳤지, 6.25때.
인터넷 매체의 블로그는 편집국장이나 부장도 없이 자기가 쓰면 바로 그대로 나가는데 따질 사람도 없습니다. 댓글다는 사람도 승인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이런 인터넷 문화가 초래하는 문제가 국내라면 애교로 보고 그냥 웃고 넘길수 있지만 외교전이 됐을때는 손해를 보고 서로 상처를 입게 됩니다. 해커전쟁이 더 문제입니다. 미국도 13억 인구의 중국과는 해킹 전쟁을 하지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넷에서도 우리는 소수가 가지는 장점을 살려야지 물량전으로 가면 안됩니다. 다음 런런올림픽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을때 중국사람들이 우리쪽에게 박수를 보낼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현명합니다.
-- 한류 열기가 시들한데 어떻게 봐야합니까.
▲ 기 소르망이 얘기한 것 처럼 지금 우리는 경제력에서 10위권인데 국가 브랜드는 30위 40위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중국이 올림픽에 인공강우까지 동원하고 수조원을 쏟아부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한(恨)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 비쳐진 중국의 이미지는 더럽고 가난한 것이었습니다. 문화혁명때 바이올린이 부르주아 악기라고 해서 그 비싼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것을 군중들 보는 앞에서 밟아서 부수고 태우고 기르는 개도 몽땅 죽여버렸지요. 올림픽을 통해 그런 이미지를 세탁하고 국가브랜드를 올리려고 했던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한류를 놓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우리 국민들이 좀 더 문화의식이 있었다면 한류를 밀어줄수 있는 저력이 됐을 것입니다. 한류스타 자신들이 좀더 세밀한 전략을 갖고 프로듀서나 문화를 매개로 하는 기획사들이 힘을 내줘야 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사회니까 국가가 못하고 개개인이 해야 하는데 중국에서 한 몇조원의 올림픽과 맞서는 효과를 우리 대중문화하는 사람이 해야 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난타' 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절대로 부정의 땅에서는 꽃이 피지않습니다. 추운 땅에서는 꽃이 안피지요. 그러니까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젊은이들이 지금 해나가야 할 일입니다.
-- 문화가 국력인 시대입니다. 문화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사회적인 관용성이 중요하고요. 말로만 애국하고 문화 문화 떠들지말고 책방에 가서 책 한권 사주세요. '해리 포터'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아십니까. 삼성그룹 전체의 순이익보다 해리 포터를 쓴 조앤 롤링의 수입이 더 많아요. 손가락 하나 가지고 한겁니다. 돈만 벌었나요.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 익사이팅한 감동을 줬습니다. 우리도 그런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영어권이 아니면 아닐수록 번역하고 그런 작가를 키워야지요. 앞으로는 영어로 써도 될 것입니다. 나만 하더라도 일본어로 직접 써가지고 베스트셀러가 됐잖아요. 앞으로는 그런 시대입니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요. 글로벌이라는게 그런겁니다. 오페라가 시시하다고 하지말고 시시할수록 더 가야지요. 그래야 좋은 오페라가 생깁니다. 그 추임새가 내 딸이, 내 손자가 기가 막힌 오페라를 구경할수 있는 문화민족이 되게끔 합니다.
제 자신 얘기지만 문화부장관 할 때 싸움을 해가면서 어렵게 예술종합학교를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각 대학에 예술학과가 있는데 왜 또 만드느냐는 등 반발이 많았지만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전세계를 석권하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이 뉴욕 댄싱세계경선에서 1,2,3등으로 휩쓸었습니다. 한국인의 재능은 장사하는거나 정치 과학기술 보다 훨씬 문화예술쪽에 체질적으로 DNA가 있습니다. 나라마다 특성이 있는데 한국인의 뛰어난 문화예술의 힘은 하느님이 주신 것입니다. 문화예술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데 말로만 하지말고 자꾸 참여해야 합니다. (사진.서명곤 기자)
jami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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